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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와 관련된 것들
1.8 출생신고 가출 콩개리 정전 오리 지리산 솜씨(?) 마일로 이백이 서정길 유미생각
1.8
나는 성격이 무지 급한가보다. 1979년 4월 9일 온 거리에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른 봄. 열 달을 다
채우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세상에 나오기가 싫어 어덟달도 못 된 어느날 살짝 선수 쳤다.
1.8Kg 미숙아. 라면 박스에 담겨 조산소를 나오면서 나의 파란만장한 삶은 시작되었다.
암울했던 70년대에 안녕을 고하는 그 시점에서 사람들은 내가 태어남으로 새로운 서광을 맞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이 세상에 왔다.
출생신고
전라남도 여천군 삼일면 낙포리 32번지. 우리집은 깡촌 중에서도 깡깡촌 이었다.
할머니, 큰아버지,큰어머니, 아버지,어머니,그 외 다수의 사촌 형제들이 살았던 대 가족이었다.그러던 어느
겨울 동생이 태어났다. 아주 건강한 남자아이로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얼마 후 면사무소에 가신 아버지는 동생 출생신고를 하고나서 호적등본을 한통 떼어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하신다. 내가 큰아버지 셋째 딸로 올라가서 정작 우리 호적엔 부모님과 동생 뿐. 면사무소 걸음 한 번 하기
가 무척 어려웠던 시절이라 동네 이장님이 그 무렵 태어난 여러 아이를 한꺼번에 올리시면서 실수를 하신
것이다. 이런 저런 절차 끝에 나는 우리집 호적으로 옮겨왔고 지금도 호적엔 동생 보다 밑에 있다.
-81년 5월 세대주변경- 어렸을 땐 부모님은 이걸 가지고 나를 주워왔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놀리셨고 난
맨날 울었다.
가출
난 부모님을 닮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동생은 아버지를 판박은 듯 닮아서 붕어빵 소리를 들을 때마
아버지는 내심 좋으신 눈치다. 대신 큰집 언니와는 눈에띄게 닮아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둘이 다 주워와서
큰집 작은집 하나씩 나눠가진 거라고.. 그래서 언니와 난 여덟살 여섯살 되던 해 "아줌마 아저씨 그 동안
키어주셔서 고맙씀니다."하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남겨놓고 가출을 했다. 작은 주머니에 건빵 부스러기를
넣고 행여나 서로 잃어버릴까봐 손을 꼭 잡고 우리는 꼭 우리 엄마를 찾자고 다짐했다. 한시간 쯤 둘이 잘
가다가 내가 뭔가에 걸려 넘어져 울었고 달래던 언니도 같이 실컷 울었다. 그리고 좀 더 크면 엄마를
찾자고 약속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우리의 가출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편지는 지금도
그때 그 가출의 증거로 남아.가끔 실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우린 정말 무서운 아이들 이었다. *^^*
콩개리
할머니 이야기를 할까 한다. 우리 할머니는 온화하다거나 평범하지 않으셨다. 누구나 가족소개 할때 사용
하는 상투적인 수식어가 (그런 데 보면 인자하지 않은 아버지가 없고 자상하지 않은 어머니가 없는 것처럼)
붙기를 거부한다는 얘기다. 할머니를 가장 확실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말은 바로 이 말 -콩개리-가
아닐까 싶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전교 20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였다. 옆동네 친구가 어쩌다가 놀러
오는 날이면 할머니는 어김없이 일거리를 만들어 내놓곤 하셨다. 그 날도 호명에 사는 영숙이가 놀러와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 뒤안에서 커다란 대야에 메주콩을 가득담아끙끙거리며
내오신 할머니 하시는 말씀.. 콩개리.. 결국 그 날은 날이 저물도록 대여섯 시간동안 그 많은 콩을 벌레 먹은
것과 좋은걸로 가려내는 일을 했다. 그 이후로 영숙이는 다시는 우리집에 놀러오지 않았다. 콩이 가장 큰
무기였고 고구마를 쓰실 때도 있었다. 친구랑 고구마밭에 가서 고구마나 캐면서 놀으라고... 그게 놀으라는
말일까? 소쿠리랑 수건까지 챙겨주시면서.. 친구들도 거들어야 할 밭일이 제 집에도 얼마나 많은데..
놀고 싶어서 도망온 맘을 들여다 보기라도 하신걸까?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욕쟁이 우리 할머니. 좋은
데서 편히 쉬셨음 한다. 여하튼 나 라는 아이는 밭일 거들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정전
중.고등학교 때는 유명하게 날리고 다녔다. 왈순이 이유미~ 선생님들은 사정도 하고 협박도 하고 때로는
매도 들고 하셨지만 왜 그런지 말 잘 듣기가 싫었다. 늦게 온 사춘기가 더 무서운 법! 어느 비오는 밤
야간 자율학습시간. 지겨워 죽겠는데 열두 시 되기는 당당 멀었고.. 낮에 봐두었던 전기 차단기를.. 음하하
스위치만 내리면 선생님이 다시 올릴 수 있으므로 아예 선을 끊어버리자는 의견이 접수되고.. 잔디,희숙
나. 우리 세사람은 니퍼와 벤치를 동원해서 학교 전기를 모조리 꺼버렸당!! 다들 우왕좌왕, 그 날 우린 8시.
정말 이른 시간에 집에 갔다. 너무 기뻤다. 다음날 절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던 일인데 아무런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가 지목되어 학생과로 불려가 FRP파이프로 엉덩이를 50대나 맞고 반성문을 썼다.
인위적인 정전 사고(?) 지금도 그 밤 정전에 환호하던 친구들의 행복한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그네들도
그걸 기다렸던 모양이지? )
오리
내 별명은 오리..
별로 오리스럽지(?) 않은데 그냥 오리다. *^ ^*
지리산
취미 쓰는 란에 '등산'이라고 몇번 쓴 적이 있다. 문득 부끄러워진다. 소시적엔 그래도 산에 많이 올랐가곤
했는데 지금은 바로 산 밑에 살면서도 일년에 한번 오를까 말까 하다. 세마대가 그렇게 높은 산인가..
게으름이 많이 늘은 까닭일 게다. 지리산에 오르는걸 즐기던 나.
화엄사 오르는 길에 찍은 이 사진..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만 해도 혼자서 겁도 없이 산에 오르곤 했고
그게 마냥 좋기만 했는데 지금은 큰 맘먹고 등산을 하려고 해도 이런 저런 속세(?)일에 생각이 먼저 쏠리기
마련이라 내 자신이 많이 실망스럽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라는 성철 스님 말씀을 내 속에 담아 좀
더 정진 하는 나를 보아야 겠다.
솜씨(?)
몇개의 대회에서 받은 약간의 상들이 나를 많이 우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낯 두껍게도 쪼금만 자랑을 해
볼까 한다. (신천지 문학사랑 동호회에 가서 소설란을 잘 뒤져 보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1. 사랑하는 사람들 -어떤분과 함께 쓴 글로 늦봄 문학상에 출품했다가 미끄러진 작품입니다. *^ ^*-
2. 사냥반대 3. 목각인형 4. 와가리 5. 보리 빵과 임금님(동화입니다) 6. ...
마일로, 이백이
원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용현이가 준 강아지 '마일로' 놀랍게도 연기력이 뛰어난
녀석으로 종류는 시추(시쭈)이다. 우리나라 삽살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털이 좀 적고 우리와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선배 집주인 아주머니가 워낙싫어 하셔서 눈치를 많이 봐야했다. (사실 마일로 녀석이
아주머니를 더 싫어했다.) 이 강아지를 1년 가까이 키우면서 나는 책이나 통신을 통해 개 키우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고, 또다른 동물 이백이. 생후 2주 된 미니토끼. 특징은 매우 말수가 적어 함께 사는 동안 한마디
도 하지않았고 맞아도 눈만 커질 뿐 소리도 못지른다. 주는대로 다 먹는다. 토끼와 강아지가 사이가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예상외로 잘 지냈다. 마일로가 이백이를 잘 돌봐주었다(?). 이백이가 마당에 똥을
싸면 마일로가 따라다니면서 다 주워먹고.. 암튼 내가 동물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 녀석들 때문이었다.
빵 두개에 팔려간 마일로, 나의 부주의로 목말라 죽은 이백이... 다시 동물을 키운 다면 정말 잘 해줄꺼다.
마일로를 알아볼 수 있는 특징
1. 아무데나 똥 싸기
2. 음식 그릇 뒤져서 처리하기. 옆집 개 밥그릇에 남긴 밥도 먹은 적 있음
3.집주인 아줌마만 오시면 갈 때까지 짖기
4. 불러도 거들떠도 안 보기 !
5. 쓰다듬어 주는 거 너무 싫어함 (애완견이 이럴수가....별 놈의 개 다 보겠네...)
6. 자기보다 덩치 큰 개에게는 잘 덤비지만, 작고 이쁜 개 앞에서는 질질 싸면서 도망 감 아마도 쑥스러운 듯
7. 녹음실 기계 건드려서 이상한 소리 나게 하기
8. 늑대 울음 소리 내기, 사자 울음 소리 내기
서정길
키 : 178 Cm
몸무게 : 61 Kg (너무 말랐죠?)
별명 : 청량리 번개
인상착의 : '간첩 리철진'에 나오는 유오성과 많이 닮았음
장래희망 : 비행기 안 타고 하늘을 날기...
근 500일 간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착한 남자. 내가 맨날 못되게 굴고 괴롭혀도 다 받아주는 착한 어린이(?)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유미 생각
난 완벽주의자도 아니고 낙관주의자도 아니다. 지금은 어릴적 꿈과 별 상관없는 이런 모습이지만 아직
바라고 있다. 착한 사람과 예쁜 마음과 좋은 나라만이 있어서 싸움도 없고 미움도 없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세상을 지배하려면 세상에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인정받는 일이 정말 힘들다.
누군가와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데는 요령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이 눈치채지 않게..
요리조리 잴 줄도 알아야 하고 대세를 파악하려면 되도록이면 잽싸게.. 조금만 비겁하면 만사가 편하게
되니 눈 딱감고 치사하게, 표 안내고 얍삽하게, 눈치 안봐도 됐음 좋겠다는 거지. 뭐 누가 이러쿵
저러쿵해도 신경 안쓰고 살게. 누구보다 앞서려 한다면 알아둬야한다. 자존심따윈 접어두고...
몸에 밴 아부가 밝은 내일을 약속할거다. 정말 어른들 말씀은 뼈가 되고 살이 되니... 세상사는건...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진정 내가 바라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살 수 있는 나
아무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나
내 주위 고마운 사람들 행복을 빌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나
아마 웃을거야 철없던 날의 내 턱없는 바램
아주 오랜 후에 부끄럽진 않을런지
내 부족함을 알고 욕심을 알며
내가 가진 것들에 으시대지 않는 나
이해와 용서로 미움없는 나
사랑의 놀라운 힘을 믿어 갈 수 있는 나
